• 최종편집 2024-03-2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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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 만나는 황금빛 다랑이논. 사진=남원시 제공

 

[울릉신문=은윤수 기자]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마을과 들을 지나 숲으로 이어 걷는 지리산 둘레길에도 가을바람이 분다. 다랑이논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산골마을 마당에는 저녁노을처럼 붉은 고추가 널렸다. 오색으로 변해가는 숲길은 걸으며 누리는 소소한 행복을 알게 해 준다. 작은 새소리에 마음이 열리고, 발끝에 핀 구절초에 미소가 핀다. 걷다 고개를 들면 천왕봉이 고요히 내려다본다. 상실의 시대에 위로가 되어줄 지리산 품속으로 뚜벅뚜벅 스며든다.


■대한민국 트레킹 열풍의 주역


지리산은 대한민국 국립공원 제1호다. 주봉인 천왕봉의 높이가 해발 1,915m에 이른다. 대한민국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높다. 지리산 둘레길은 이름 그대로 지리산을 품고 걷는 길이다.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3개 도와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5개 시군 그리고 21개의 읍면과 120개의 마을을 잇는다. 총 길이가 284.3㎞ 이르며 모두 21개의 코스가 있다. 산 이름인 지리(智異)는 다름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뜻으로 이곳에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다. 지리산을 품고 걷는 동안 몸과 마음이 부쩍 자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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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길, 숲길, 농로 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 사진=사단법인 숲길 제공

 

시작점은 구인월교다. 하지만 지리산 둘레길 걷기가 처음이라면 남원인월센터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인월 장터에서 구인월교를 건너기 전 왼쪽으로 200m 가면 나온다. 센터에는 코스 지도부터 주변 관광지와 숙박정보가 담긴 리플릿이 준비되어 있다. 길에 대해 궁금한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했다면 이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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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월교에 3코스 시작을 알리는 안내판. 사진=남원시 제공

 

■천왕봉을 바라보며 걷는 길


구인월교에서 시작된 길은 중군마을, 수성대, 배너미재, 장항마을, 서진암, 상황마을로 이어지고 등구재를 넘어 창원마을을 지나 금계마을에서 끝난다. 구인월교에서 중군마을로 가는 길은 람천과 나란히 제방길이 이어진다.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갈대들이 무리 지어 피어있다. 


중군마을은 지리산 북부로 향하는 길목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군대가 전군, 중군, 하군으로 나뉘었는데, 중군이 이곳에 주둔하면서 ‘중군마을’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아기자기한 벽화가 눈을 즐겁게 한다. 중군마을을 지나 가파른 포장도로를 오르면 우람한 숲길이 시작된다. 부드러운 흙길을 밟으며 오색으로 물들어 가는 나무들을 감상하는 동안 지리산의 매력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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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가 그려진 중군마을.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구인월교에서 출발한 지 4시간 만에 매동마을에 닿는다. 해지기 전에 금계에 도착하기 힘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하룻밤 묵어간다. 3코스 중간지점인데다가 게스트하우스와 민박집이 제법 많다. 지리산의 황홀한 아침을 맞으려고 일부러 묵어가는 이도 있다. 


상황마을은 다랑이 논이 압권이다. 산자락을 따라 황금물결이 층층이 넘실댄다. 자동차라면 순식간에 지나버렸을 풍경들을 두 발로 걸으며 온몸으로 누린다. 상황마을을 지나면 제법 숨 가쁜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힘들 때 고개를 들면 천왕봉이 고요히 위로를 건네다.



드디어 등구재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나뉘는 고개다. 등구재를 넘으면 경상도 함양이다. 창원마을에서 농로를 따라 산자락에 펼쳐진 논밭 사이를 지나면 목적지인 금계마을에 닿는다. 활짝 열린 대문 안으로 붉은 고추가 널려있고, 주황빛 감이 주렁주렁 달렸다. 정다운 산골마을 풍경을 뒤로하면 버스와 택시가 기다리는 차도가 나온다. 힘들 때마다 꺼내 볼 지리산 풍경과 함께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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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주능선과 천왕봉은 바라보기만 해도 힐링. 사진=남원시 제공

 

■여행 정보


[지리산 둘레길 코스] 운봉~인월

- 주소 :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2길 95 지리산 둘레길 남원인월센터

- 문의 : 지리산둘레길 남원인월센터 063-635-0850, 남원시 관광과 063-620-6162~5

- 홈페이지 : http://www.jirisantrail.kr


■여행 팁


인월-금계 구간은 총 8시간 코스다. 해가 짧아지는 시기이므로 하루에 금계마을까지 가야 한다면 아침 9시 전에 출발하는 것이 안전하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출발했다면 중간 지점 마을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금계까지 가는 것이 무리가 없다. 


※ 위 정보는 2021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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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바라보며 뚜벅뚜벅 가을빛에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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